16/10/2015
1. 살아가다 보면 불가피하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을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요. 내 물건을 누가 훔쳐가기도 하고,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형사고소를 경찰이나 검찰에 할 수 있습니다.
2. 그런데 예를 들어서 현행범을 잡아서 경찰에 신고를 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우리가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 사람의 범죄를 우리가 고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인지' 사건이라고 해서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범죄의 징후를 발견하여(범죄를 인지했다고 합니다) 입건한 것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형사사건의 접수방식(=입건)은 고소와 인지 2가지인데, 서류를 써서 누가 봐도 명백하게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 아니면 거의 인지사건으로 처리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4. 그렇다면 고소와 인지의 차이는 무엇이냐? 차이가 아주 큽니다. 고소를 하는 경우에는 '고소인'이라는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에 비해, 인지 사건의 경우 '피해자'라는 지위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고소를 한 경우에는 고소인과 피해자라는 두 가지 지위를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5. 고소인에게는 수사 상황(송치여부, 처분결과 등)이 서면으로 통지가 되는데 반해, 피해자에게는 이러한 통지가 아직 원활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고소인에 대한 통지는 당연히 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피해자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신청해야 통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통지라는 개념은 2007년에야 형사소송법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6. 결정적으로, 고소인이 아니면 상위 검찰청에 항고/재항고를 할 수 없습니다. 아까 예를 든 사건처럼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해서 범인을 잡아갔는데 어이없게도 불기소처분이 나왔다고 합시다. 그래서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하려고 했더니 처음에 고소를 한 적이 없어서 인지사건으로 진행되었으므로 항고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7. 이런 경우에는 굉장히 막막합니다. 링크를 참고해 보시면 다시 고소를 하거나 헌법소원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항고/재항고의 경우보다 인용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재고소를 하게 될 경우 이미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건이므로 담당검사가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보기가 힘들고, 헌법소원의 인용률은 정말 낮기 때문입니다.
8. 따라서 경찰에 신고를 한 사건이라도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사건의 원만한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고소사건이 아니었음에도 수사기관이 고소사건이라고 대답해서 당사자가 고소사건으로 알고 있다가 결국 항고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탓이라고 봅니다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9. 요약하자면,
1) 고소와 인지는 다르다.
2) 고소하면 통지를 잘해준다.
3) 고소하면 항고도 할 수 있다.
4) 신고한다고 고소된 것 아니다.
5) 신고했어도 고소장을 쓰자.
https://www.lawtimes.co.kr/Legal-Info/Legal-Counsel-View?Serial=1395
고소하지 않은 형사피해자도 헌법소원심판청구 가능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