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2013
“인권 중심 서울을 성큼 앞당기자!”
: 사람을 생각하는 서울,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존엄이 보장되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서울지역 인권기구 공동선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인권 중심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민들의 뜻과 열정이 한 땀 한 땀 모인 주민발의 형식으로 2011년 12월 제정된 데 이어, 이듬해 6월에는 서울의 자치구 차원에서 최초로 성북구 인권증진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이에 뒤질세라 9월에는 서울시 전역을 포괄하는 인권기본조례가, 곧이어 10월에는 학교를 넘어 어린이․청소년의 학교 밖 삶터까지 포괄하는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바야흐로 수도 서울은 시민의 인권을 보호․존중․실현하기 위한 조례가 무려 네 개나 제정된 인권 중심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인권 보장 흐름이 더디게 흘러가고 때로는 뒷걸음질치는 것과는 달리, 수도 서울이 인권 보장을 위해 활보(活步 )를 내딛는 모습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조례가 제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서울시민의 인권 수준이 획기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니다. 인권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인권에 대한 홍보와 교육, 인권의 가치와 정신이 지방자치단체 행정 곳곳과 시민사회에 녹아들도록 만들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심지어 인권조례들의 존재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도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조례 이행의 법적 책무를 지닌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성북구청은 물론이고, 조례에 따라 설치된 각 인권위원회들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이다.
특히 우리는 오늘을 사는 시민이자 향후 서울을 이끌어갈 세대로서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두 조례의 존재에 각별히 주목한다. 훈육과 통제, 보호의 대상에 불과했던 어린이․청소년․학생이 존엄한 권리의 주체로서 재확인되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시작된 점은 반갑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고 한국이 이 협약을 비준한 지 20여년 후에서야 조례 제정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일이다. 어린이․청소년․학생이 자신의 삶터 곳곳에서 인권을 존중받으며 배움과 자람, 참여와 변화를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인권 중심 서울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관건이라 할 만하다. 존중받는 기쁨이 타인을 존중할 동기가 되고, 참여하는 기쁨이 민주적 시민으로서 성숙할 동기가 되는 문화 속에서 어린이․청소년․학생이 자라날 때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도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에 대한 인식이 낮고,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가녀리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은 인권 중심 서울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2010년 경기도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것을 기점으로 인식의 일대 대전환이 일어났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통제의 대상에 불과했던 학생이 권리의 주체임을 분명히 확인했고, 학생인권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이행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학생의 행복과 존엄을 지키는 버팀목으로 등장했다. 그 후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됨으로써 학생인권 보장은 힘차게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통해 조례의 효력을 겁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엄연히 현행법의 지위를 가진 조례에 따른 법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모습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학생을 겁주는 교육이 겁먹은 시민을 만들 수밖에 없기에 학교에서 더더욱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며,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엄을 모욕당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교육청의 인식과 자세가 외려 후진적이다.
재확인하건대,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인권은 세계의 보편적 기준이자 헌법정신이며, 조례 제정을 통해 확인된 1천만 서울시민의 열망이다. 인권은 확인되지 않은 우려로 섣불리 재단하거나 보장을 유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이제껏 힘겹게 날개를 펴온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인권이 서울 곳곳에서 자유롭게 비상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민의 인권 실현을 위해 설치된 법적 기구인 우리 인권위원회들은 사람을 생각하는 서울, 인권과 민주주의가 꽃피는 서울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임을 다짐한다. 특히 인권의 무대에 가장 뒤늦게 등장했지만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를 일구어낼 가장 중요한 거름인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인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의 모든 공공기관과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어린이․청소년․학생의 인권을 살리는 길에 성큼 나서주기를 당부드린다.
2013년 6월 11일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인권위원회,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서울특별시 성북구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