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2026
국가유공자법 재혼 시 유족지위 박탈 조항 위헌심판 제청! 공적연금 최초로 '혼인의 자유, 양성평등권 침해' 쟁점화
대전지방법원이 어제(2026. 2.10)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함)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습니다(제청 사건번호 2025아1457, 본안 사건번호 2024구단201927).
법무법인 혜석이 수행하는 두 번째 공익소송입니다.
1.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유공자의 배우자가 재혼하면 유족 지위를 상실합니다. 이 구조는 1963년 「군인연금법」 제정 이후 지금의 국가유공자법까지 60년 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을까요. 국민연금만 봐도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4년 반 동안 4,920명이 재혼으로 유족연금을 박탈당했습니다. 매년 1,000명이 넘습니다. 공무원연금 퇴직 유족급여 수급자 7만 8,511명,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가유공자 유족연금 수급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혼하면 유족연금을 잃습니다.
2. 다른 공적연금에 관한 기존 헌법재판소 결정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연금법과 군인연금법에 대해 각각 5:4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무원연금법은 2022년 8월 31일(2019헌가31), 군인연금법은 2021년 4월 29일(2021헌가28) 선고되었습니다.
다수의견은 "재혼해서 새로운 부양 관계를 형성하므로 더는 유족으로서의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4명의 재판관은 달리 봤습니다. "사별 전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구성해 연금 형성에 기여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유족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 수급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 입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재혼 후 부양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 보장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들에서는 재산권 침해만 심사했습니다. 혼인의 자유나 양성평등권 침해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3. 법무법인 혜석의 문제의식과 변론 방향
법무법인 혜석은 이 사건 조항을 다르게 봤습니다. 단순히 재산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자 혼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조항은 "재혼하면 새 남편이 부양한다"는 논리로 여성을 끊임없이 남성 부양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전제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성별 중립적이지만, 국가유공자의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에서 이 조항은 사실상 여성에게만 적용됩니다. 또한 유족연금 박탈이라는 경제적 불이익을 재혼의 조건으로 부과함으로써, 여성의 혼인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약합니다.
우리는 제청신청 단계에서 기존의 재산권 논거를 넘어, 두 가지 새로운 헌법적 쟁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습니다.
① 혼인의 자유 침해입니다(헌법 제10조, 제36조). 경제적 불이익을 통한 간접적 강제로 여성의 재혼 선택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는 것입니다.
② 양성평등권 침해, 즉 간접차별입니다(헌법 제11조). 형식적으로는 성별 중립적이나, 실제로는 여성 집단에게 체계적으로 불리한 효과를 야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전지방법원이 저희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적연금 관련 사건에서 최초로 혼인의 자유 침해와 양성평등권 침해를 위헌 쟁점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기존 헌법재판소 결정들에서 한 번도 본격적으로 심사되지 않았던 쟁점입니다.
특히 평등권에 따른 위헌심사는 이 조항이 단순히 개별 여성의 선택권 제약이 아니라, 형식적 중립성 이면에 내재된 성별 위계(gender hierarchy)와 여성에 대한 구조적 종속을 법적으로 재생산하는 간접차별 메커니즘임을 헌법적으로 확인하고, 제도 자체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4. 이 사건 조항이 전제하는 것과 대전지방법원의 판단
이 사건 조항의 기저에는 "재혼하면 새 남편이 부양하므로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 논리는 두 가지를 당연하게 전제합니다. 하나는 재혼하면 경제 수준이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지만, 이런 구체적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여성이 항상 누군가에게 부양받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남편에게서 두 번째 남편에게로 이전되는 피부양자. 여성이 혼인 기간 중 수행한 가사노동, 돌봄노동, 국가유공자 활동 지원 등의 기여는 이 논리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전지방법원은 이번 제청에서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배우자가 국가유공자를 직·간접적으로 조력함으로써 이룬 기여는 사망 후 다른 사람과 재혼한다고 하여 소급적으로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배우자를 단순한 피부양자가 아니라 '기여자'로 본 것입니다.
사실 이 논리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은 2007년 법 개정 이후 재혼해도 계속 받습니다. 연금 형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별한 배우자는 재혼하면 영구히 박탈됩니다. 같은 기여를 했는데, 혼인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됩니다. 이혼으로 끝났으면 인정되고, 사망으로 끝났으면 부정되는 것입니다.
5. 이경애님과 제2, 제3의 이경애님을 위하여
신청인 이경애님은 1964년, 26세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생후 10개월 아들을 홀로 키우며 9년을 버텼습니다. 1974년 36세에 재혼했고, 세 아이를 더 낳았습니다. 1978년, 재혼 배우자마저 사망했습니다. 당시 42세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 42세 여성이 네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것.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첫 번째 남편을 잃었고, 남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일하고 버티다 재혼했지만, 그 남편마저 4년 만에 잃었습니다.
그 후 47년, 파출부로, 식당 일로, 청소 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네 아이를 키웠습니다. 국가유공자의 유족으로서,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살아낸 삶입니다.
2024년 1월, 86세가 된 이씨에게 국가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50년 전 재혼했으므로 유족이 아닙니다. 1억 1천만원을 환수하겠습니다.“
이것은 이경애님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재혼으로 유족연금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재혼을 포기하거나, 사실혼 사실을 숨기며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혜석은 이경애님과 제2, 제3의 이경애님들을 위해 앞으로 진행될 헌법재판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60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이 불평등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참고로 이경애님과 그 가족분들게 실명 및 개인적 삶에 대한 언급 동의를 받았습니다.)
📎 전문 보도자료: https://hyeseoklaw.com/?p=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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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용기있는 선언, 혜석이 함께합니다.